안녕하십니까? 저는 용띠해의 용띠남자. 나름대로 매력덩어리라고 생각합니다. 요며칠 쉬면서 라디오와 함께하니까 정말 하루가 금방가네요. 이 무슨 자다가 남의다리 긁는 소리냐구요. 시골에서 논농사도짓고 밭에는 특수작물(무우,배추,토마토,감자...)도 하고 소도 키우면서 동이틀무렵 맊에나가면 땅거미가 져서야 집에들어오고 지친몸을 쉬면서 동짓달 긴긴밤을 허벅지 찔러가면서 하얗게 새우는 서른일곱살의 농촌총각입니다 그러니 남성시대를 들을수가 없었습니다. 농촌총각이란말 정말 듣기도 싫고, 하기도 싫은 말인데 막상 글을 쓰려니까 그 말 말고는딱히 저를 표현할 좋은말이 떠오르질 않는군요. 지난해 막내 여동생마져 결혼을 하고, 큰형딸도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으니 손자까지 본 총각할아버지 랍니다. 촌수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죄도있고 노부모의 소원도 풀어드려야겠는데 아무리 눈울 부라리고 찾아봐도 농촌에는 여자가 없습니다. 치마를 두른 사람들은 모두 짝이있거나 짝이없는 사람은 영감을 먼저보낸 할머님들 뿐이니 장가못간게 꼭 제탓만도 아니라는 위안을 가끔은 하지만 그것 역시 저만의 생각이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주위의 권유도 있고해서 연변여자한테 장가를 가기로 했지요. 학력(고졸), 가족관계(3남4녀중 3남) 재산정도(논,밭,우사(소는12마리), 먹고살만큼) 나를 한눈에 알아볼수 있게끔 사진까지 첨부한 서류를 군청에 접수하고 한달쯤 지났을까 원하는 처자가 있으니 돈을 준비해서 일단 연변인지 강변인지로 들어가 보라는 연락이 왔데요. 논밭에 널어놓은 농작물은 그렇다 치더라도 매일 사료를 먹어야하는 저 많은 소들은 다 어쩌고 연변엘 다녀온단 말입니까. 한달이나 걸린다는데~ 소사료 줄 사람을 모색하다가 문득 “내 꼭이렇게까지해서 장가를 가야하나“하는 생각도 들고 누군지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를 아니 우무마음도 없는 여자를 짚신짝지우듯 그렇게 결혼을 해서 뭘할까 싶은 생각도 들고, 설마 대한민국 여자들 중에 내짝한명 없겠나 싶어 연변행을 포기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키 183Cm 몸무게 75Kg에 얼굴은 그을려서 좀 검은편이고 눈썹은 숯검댕이, 입술은 앵두, 안보인다고 뻥치는거 절대로 아닙니다. 사실 입술은 토인입니다. 이십대에는 잘 생겼다는 소리도 많이듣고 좋다고 따라 다니는 여자들도 있었는데 그때는 예쁘고 잘 빠진 여자만 보이더군요. 주제도 모르고 눈만높았다가 서른을 훌쩍 넘고보니 이마에 붙었던눈이 턱밑으로 내려왔는데도 불구하고 농촌총각이라는 딱지 때문에 맞선볼 기회마져도 주어지질 않는군요.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들 중에는 필리핀 여자와 사는 친구도 있고 일본 여자와 사는 친구도 있고 한명남은 옆짚처자와 사는 놈도 있습니다. 필리핀 여자와 사는 친구집엘 놀러가면 말이 안통하니까 서로 쳐다보고 비실비실 웃다가 손짓, 발짓, 일어났다,앉았다 별짓 다하면서 의사소통에 열을 올리는 친구한테 “장가가니까 좋니?” 하고 물으면 “말도마 미치겠다야” “좋아서 미치겠다는거야? 너 누구 약올리냐?” 말 안통하는것도 죽겠지만 생활자체가 다르니까 자꾸만 싸우게 돼. “말도 안통하는데 어떻게 싸우냐” “표정보면 알지! 화난표정은 검둥이나 흰둥이나 같애. 각자 자기나라말로 욕하는거야 서로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화가풀릴때까지 마주보고서서 침튀기는거지뭐. 내입이 서세원이라 침 많이 튀기는 내가 가끔은 이겨, 근데 이짓도 못할짓이다.” “침튀기며 싸울 마누라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잘해줘라. 너 같으면 필리핀에가서 살수 있겠냐? 말이 안통한다면서도 애까지 낳고사는 그 친구와이프는 요즈음 놀러가면, ”너왔니? 영수방에있어 들어가봐!“ 하면서 한국말을 해요. “야! 너 좋겠다 애도있고 마누라 말문도 트였고, 살만하냐?” “살만하기는 첩첩산중이야! 말이 통하면 뭘해 맨 반말인걸. 애도 시꺼먼게 내 애 같지도 않아.” “짜식 안부러워 할테니까 자랑해도 괸챦아.” “실은 저여자 필리핀에서 중학교 선생했대. 한국으로 시집가면 호의호식하고 그랜져타고 다닐줄 알았나봐. 그런데 다썩은 포터타고 다니고 촌놈하고 사니까 속았다는 생각에 저러나봐! 노처녀 히스테리 저리가라야. 난 죽었다 다시태어나면 외국여자랑은 절대로 결혼 안할꺼야. 다리가없거나 팔이없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시원하게 말이라도 통하는 한국여자랑 살꺼야.“ “난 아예 여자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여자들도 시집갈 걱정 같은거 할까?” 청년회 모임에나가면 2/3가 서른넘은 노청각인데 저마다 노총각의 애환을 얘기하느라고 농지자금이며 개량품종 얘기는 뒷전이고, 트럭을 몰고 보쌈을하러가지는둥 여자많은 나라로 이민을 가자는둥 아마도 전생에 첩을 여럿거느린 대가댁 마님이였을거라면서 서로 먼저 장가보내주겠다고 큰소리들이랍니다. 원래 중이제머리 못깎는법이야 하면서 말입니다. 여름엔 일하느라고 바쁘기도 하지만 얼굴이 땡볕에 그을려서 필리핀사람 저리가라니. 겨울에 촌티가 좀 벗겨졌을 때 선이라도 봐야할텐데 며칠전 가출한 송아지를 잡아들이다가 얼음판에 미끄러져서 허리를 다쳤지뭡니까? 그래서 동생네집에 와있으면서 통원치료를 받고있습니다. 하필이면 허리를 다쳤으니 이젠 꼼짝없이 총각귀신 되겠구나 했는데 다행이도 그런불행은 없다는군요 내나이 서른이였을 때 네 살아래인 동생이 시집을 간다기에 오빠보다 먼저 결혼하는 동생이 미워서 심술도 많이부리고 동생 마음도 많이 아프게 했는데 그 미움다 잊고 내게 지극정성인 동생과 매제가 너무도 고맙고 미안하답니다. 동생이 매제한테 잘하는거 보니까 같은 남자로써 매제가 부럽기도하고 더 결혼이 하고 싶어져서 이렇게 공개구혼을 합니다. 나이는 용띠여도 상관없습니다. 25살 용띠면 더 좋겠지만 37살 용띠여도 괜챦습니다. 농촌을 두려워하는 마음만 없으시면 나머지는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짖고 님과합께 살고싶습니다. 사십이 되기전에.. 허리를 다친덕에 동생네집엘 왔고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으며 또 이렇게 남성시대에 동참할수 있음을 행운으로 알고 살고 싶습니다. 부디 공개구혼의 기회를 제게도 주십시오. 남성시대를 애청하시는 노처녀분들 많이 연락 주십시오. 밑져야 본전이니 절 한 번 만나주십시오. 소를 팔아서라도 식사대접은 꼭 하겠습니다. 제 소개는 대충한것같고 마음이야 만나봐야 알수있지 않겠습니까? 만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