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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부대 해상훈련(MBC Radio 0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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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011회 작성일 2007-01-1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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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부대 해상훈련

MBC Radio 여성시대 세상사는이야기(2000. 06. 03)

계절의여왕, 신록의 계절, 꽃피고 새우는 5월을 대표하는 미사여구 만큼이나 실로 아름다운 계절, 그러나 저는 5월만 되면 며칠밤을 설치면서 그렇게 진한 가슴앓이를 하곤 한답니다.
특전사 중대장 시절 어느날이였습니다.
그날도 오늘처럼 화장하고 고운볕이 좋아서 야유회라도 나가면 좋을 것 같은 날씨였습니다.
날씨와는 상관없는 나라몸인 저희에게 때아닌 해상훈련을 떠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보통 해상훈련은 한여름에 떠나는게 정석인데 피서객으로 가득한 민간인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윗분들의 배려인지 뭔지는 알수없었으나 이유야 어찌됐건간에 돌맹이도 씹어삼킬 듯 건장하고 씩씩한 특전사 중대원들은 아직은 차가운 5우러의 바닷물에서 젊음을 뽐내면서 몸을 풀었습니다.
잠깐 몸을 풀랬더니 그 차가운 바닷물에서 물자구를 치눈놈 물싸움을 하는놈까지 넘치는 힘을 주체할 수 없는 녀석들의 몸놀림은 5월의 신록보다도 더 푸르렀습니다.
공수특전사에서 안경 쓴 놈을 찾기란 바닷가 모래밭에서 선글래스 찾기라고나 할까요, 그런 귀한놈이 바로 우리 중대원이였는데 그 녀석만 보면 다들 한마디씩 했습니다.
“너 특전사 지원했지? 착출은 절대 아닐꺼야. 너 지원이 아니라 애원했지.
도대체 안경잽이가 특전사로 지원한 이유가 뭐냐? 아니면 너 큰 빽있지?”
착출된거라면 이건 분명히 주최측의 농간이야, 어쨌거나 특이한 신의 아들이야 저놈은...”다들 한마디씩 하면 “네 낙하산이 타고싶어서 지원했습니다” 하면서 밝게 웃습니다.
특전사 전 대원중 유일하게 안경을 쓴 놈이라 눈에 잘 띄였는데 안경너머에 가려진 맑은 눈빛만큼이나 심성이 곱고 착해서 궂은일은 늘 도맡아하려는 특이한 놈이라 아무튼 “특”자를 좋아하는구나 하면서 중대장인 저는 그녀석을 늘 눈여겨봤습니다.
드디어 살벌한 해상훈련은 시작되고 물장구를 치던 녀석들의 해맑은 모습은 간데없고 어느새 용맹스런 눈빛을하고 완전무장을 외치며 군용보트에 올라탔습니다. 바다를 가르는 보트의 속력때문인지 5월의 따사로운 햇살에도 불구하고 쌀쌀한 바닷바람이 시커멓게 그을린 우리들의 얼굴을 휘감았습니다.
보트는 어느새 바다 가운데에 떠있고 해변가가 뿌옇게 보일때쯤 중대원들을 모두 “입수” 소리에 맞춰서 바닷속으로 다이빙을 하고 텅빈 보트는 해변가로 돌아가버리고 오로지 구명조끼에만 의지한 특전사 대원들은 각자 알아서 헤엄을 치던지 뛰던지 시간내에 모래밭에 도착을해야하는 그런 훈련이였습니다. 참고로 특전사 대원들은 수영은 다 수준급이지요.
파도가 조금씩 일어나길래 걱정을 하면서 훈련이 무사히 끝나기를 바라는 조급한 마음에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 봤습니다.
별탈없이 하나둘씩 모래밭에 도착해서 종대별로 열을맞춰 서는데 좀 뒤쳐졌던 녀석이 갑자기 파도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에 잠깐 떠올랐다가는 또 어디론가 사라지고...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저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재기중이던 구명보트의 재빠른 동작에도 불구하고 몇번이나 하얀파도속에 휘말리던 녀석을 모래밭에 뉘였을땐 이미 싸늘해져있었습니다. 우리 중대원 특전사의 홍일점 안경쓴 바로 그 녀석이였습니다.
안경은 파도가 삼켜버려 이미없었고 파란입에 공기를 불어넣으며 안간힘을 쓰는 저의 바램도 끝내 허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안경도 찾지못한채 싸늘한 녀석을 안고 부대로 돌아왔을 때 이제 겨우 스물일곱살, 중대장의 책임은 실로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그어떤 질책도 견뎌내며 오열하는 부모님 앞에서는 그저 죄인일뿐 이였습니다. 며칠동안 저는 윗사람들한테 불려다니고 생때같은 아들을 잃은 부모님들의 화풀이 대상이 되어서 목이 시뻘개지도록 멱살잡이 당하고, 하지만 그런것들은 다 참을수 있었는데 유난히도 눈이 맑았던 녀석을 다시는 볼수없다고 생각하면 먹을수도 없었고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뜬눈으로 밤을새우는 동안 녀석의 몸은 한줌의 재가 되었습니다. 
군에서는 한달에 한 번씩 국립묘지에서 장례식을 치르는데 며칠후 저는 하얀천에 쌓인 작은 상지를 안고 6월 6일 현충일날 국립묘지엘 갔습니다.
고 상병 김현식
녀석의 나이 스물두살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 많고 해봐야 할 일들고 너무도 많은 녀석을 단 한줌의 재로 만들어 버리다니 맑기만 한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조그마한 상자로 변해버린 아들을 잡고 오열하시던 어머님은 장례식이 끝나기도 전에 엠블런스에 실려 어디론가 가셨고 그 녀석을 그곳에 두고 돌아오면서 함께갔던 중대원들 모두는 창밖만 바라봤습니다.
아마도 저처럼 울고 있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내평생 군인으로 살기위해 사관학교엘 갔었는데 그해겨울 저는 전역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이제는 내 기억속에서 조차도 희미해져가는 녀석을 보러오는 현충일엔 국립묘지엘 다녀오렵니다.
하나뿐인 자식을 가슴에 묻고 어디에선가 살아가고 계실 현식이 부모님들 건강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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