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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팬티가 맺어준 인연(MBC Radio 0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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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096회 작성일 2007-01-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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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팬티가 맺어준 인연

MBC Radio 싱글벙글쇼 신혼일기(2000. 06. 08)

내나이 스물다섯 친구들한테서 서서히 청첩장이 날아들기 시작했어요.
소식한번 없던 친구가 전화를 걸어오면 대뜸 “너 시집가니?”하고 물으면 
“어 너 어떻게 알았니? 소문들었니?”
“소문은 무슨 소문, 너 인간성보고 알았지”
“호호호 터프한건 여전해 기집애 꼭 올꺼지?”
결혼식장에 가보면 어쩜 그렇게도 변장술이 뛰어난건지 울퉁불퉁 얼큰이들이 하나같이 조막땡이만한 예쁜얼굴을 해가지고 눈부시게 화사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걸 보면 어찌나 무러운지 시집이 가고싶어서 환장하겠더라구요.
그런데 어떻게 된 노릇인지 선을보는 쪽쪽 좀 능력이 있다싶으면 키가 난쟁이 반바지만 하고 멀끄머니 봐줄만하다 싶으면 쫀쫀한게 떡볶기만 먹자고 하고 키가 훨칠하면 얼굴이 산적같아서 도저히 앤기고 싶은 마음이 생기질 않는거예요.
옛말 하나 안틀리대요. 세월은 유수와같다더니 어느새 스므고개를 훌쩍넘어 갓 서른이 되고보니 겉으로는 태연한척 해도 속은 속이 아니였습니다.
기집애들 시집만가면 땡이다가 돌잔치할때면 꼭 불러요.
좁은 지하방에서 애 돌잔치 한다고 얼굴이 벌게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친구를 보면서 “그래 초라한 떠블보다는 화려한 싱글이 났지” 하면서 위로를 하다가도 그윽한 눈빛으로 친구의 구슬땀을 닦아주는 신랑을보면 ksl야 초라해도 떠블은 떠블이야 싶더라구요.
“인철씨 땡(영)순이가 그렇게도 좋아요?”
“경자씨도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고 찾아보세요. 아~ 짜식들 다 뭐하나몰라 저렇게 예쁜 경자씨를 왜 그냥 놔두는거냐구~”
“날도 더운데 청바지 그만입고 짧은 치마도 좀 입고 다니고 그러세요.
예쁜 다리를 감추고 다니니까 남자들이 진주를 못 알아보쟎아요.”
“당신이 경자다리 봤어? 봤냐구? 예쁘긴 뭐가 예뻐, 오리지날 조선문데”
야 땡(영)순아? 너 반지 도로내놔, 기집애 아주 질투가 하늘을 찔르네~
그래 짚신도 짝이 있고 썪은 고등어도 짝이 있다는데 땡순이 신랑말대로 예쁜 다리를 미끼로 내 짝을 한 번 찾아보자.
그 다음날부터 저는 될 수있으면 다리가 더 길어보이게하기위해서 하얀 뾰족 백구두를 신고 짧은 타이트 스커트를 입고 출퇴근을 했어요.
그러기를 며칠 퇴근길에 버스를 탔는데 그날따라 만원이라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고 짧은 치마가 자꾸만 걷어져 올라가서 영 불편하더라구요.
내 이 무슨 짓이야 못가면 말지, 시집이 뭐 대수라고...
땡순이 신랑이 얼굴이 안되니까 다리를 밀어준 걸텐데 눈치도 없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설치다니 내 이나이에 무슨 얼빠진 짓이란 말인가!
땡순이 신랑을 원망하면서 슬슬 부아가 치미는데 운전사 아저씨의 급브레이크 까지 끼기기기~ 아이쿠 휘청하면서 제대로 서느라고 버스 손잡이를 휘어잡는순간 왠 놈이 제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꾹 찌르는 겁니다.
순간 돌아봤더니 허우대 멀쩡하게 생긴놈이 씩 웃으면서 내리더라구요.
어으 뚜껑열린다 정말~
성희롱까지 당히다니~ 너 오늘 임자 만났어 콩밥좀 먹어봐라.
눈을 부라리고 쫓아내렸어요.
“야 너 성희롱이 죄인거 몰라 콩밥한번 먹어볼껴?”
“이 아가씨가 내가 언제 성희롱을 했다고 그래 난 그런적 없어요”
“어쭈구리 뻔뻔한게 거짓말까지 지금 내 엉덩이 손가락으로 찔렀쟎아, 뭐야 못먹는감 찔러나보자 이거야, 넘볼걸 넘봐야지 주제에~”
얼굴이 벌게서 말까지 버벅거리면서 씩씩대는 저를보고 씩 한 번 웃고는 돌아서서 걸어가는 겁니다. “웃지마!”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우는것보다는 그래도 웃는게 났잖아요.”
“아으~ 느글느글하기까지하네, 아뭏튼 성희롱했으니까 경찰서가자구요
“성희롱한거 아니예요” 하면서 이번엔 손까지 흔드는거예요.
“못생긴게 비겁하기까지 하네 야, 너 거기 안서”
“반말하지 말아요 그리구 손가락으로 찌른거 아니구 핸드폰 안테나로 찔렀어요.”
“그게 그거잖아” 이미 이성을 잃은 제가 핸드백으로 뒤통수를 후려쳤어요.
“이 나쁜놈!”
“아야 아우아파, 아가씨 치마 지퍼 내려 갔단말야, 꽃 팬티 보인다고~ 그래서 알려준건데 고맙다는 말은 못하고 아우아파 생긴건 멀쩡해갔구 둔하기는~”
순간 뒤를 만져보니 어머 정말 치마가 벌어져 있는거예요.
머리털나고 그렇게 챙피해보기는 처음이예요.
걸음아 나 살려라, 꽁지빠지게 뛰어서 집엘왔어요.
그후 저는 그 남자를 만날까봐 239-1번 버스를 안타고 일부러 비싼 좌석버스를 타고 다녔어요.
며칠후 출근시간, 안녕하십니까 하면서 제 옆자리에 앉아서 저를보고 씩 웃는겁니다. 이 무슨 악연이란말인가, 웬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다는 말 무슨말인지 알겠더라구요.
“네 안녕하세요 그날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모기소리만하게 인사를 하고는 창밖만 내다보고 있는데 그날따라 차는 또 왜그리도 막히던지요.
“옆 모습은 더 이쁘시네요. 오늘은 왜 치마 안입으셨어요?
저는 대답도 안하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는데 뭐가 그리도 좋은지 계속 실실대면서 말을걸대요.
“다리가 아주예쁘던데... 꽃 팬티도 예뻤구요”
꽃팬티란말에 열받은 저는 벌떡일어나서 아무 대꾸도 안하고 그냥 내려버렸어요.
그 다음날 부터는 좌석버스도 안타고 아예 엉뚱한 버스를 타고가다가 중간에 한 번내려서 다른버스로 갈아타고 다녔어요.
오! 하느님 부처님, 제발 두 번다시 그 사람을 만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기도를 하면서요.
한, 한달쯤 지났을까 퇴근이 평소보다 조금 더 늦은날 저녁 버스를 갈아타려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경자씨~” 하고 다정스럽게 제 이름을 부르는 겁니다. 아니 저 물귀신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지
택시라도타고 얼른 도망가려고 막 뛰어가는데 “경자씨 저좀 보세요 할말있어요.” 하면서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제 팔을 확 나꿔채듯 잡는거예요.
“미안하다고 했쟎아요, 이 팔 놔요.”
“못놔요. 미안해요, 미안하다고 했으면 됐지 뭘 어쩌란 말이예요
내가 무서워요?”
“네 무서워 죽겠어요”
“핸드백으로 또 한 대 후려치면 되쟎아요 허허허” 내팔을잡고 호탕하게 웃는 그 사람을 보니까 기분이 좀 묘해지는게 갑자기 연약한 여자이고 싶어지더라구요.
“미안해요”하면서 살짝 웃었어요.
오버하는 저를 그 사람은 와락끌어안으면서 
“내가 당신을 찾아 얼마나 헤맸는줄 알아요 버스란 버스는 좌다 뒤지고 다녔다구요, 나 경자씨 좋아해요 그 당당함이 좋아요”
전 애써 그 사람을 밀치지 않았어요. 남자가슴이 그렇게 따뜻한줄을 나이 서른에 처음 알았거든요. 늦바람이 무섭다고 그날이후 우린 매일 만났고 그 사람 저한테 프로포즈 뭐라고 한줄아세요.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경자씨한테 꽃빤스 사주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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