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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집과술(MBC Radio 9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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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984회 작성일 2007-01-1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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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집 과 술

  MBC Radio 여성시대(1999. 4. 22)

안녕하십니까?
올해로 결혼한지 만6년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게 결혼생활을 한 네 식구의
가장입니다.
6년이란 결혼생활이면 대부분의 사람이 신혼시절의 생활은 아득한 옛날이야기
로 생각하지만 저희 부부는 무슨때면 꼭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면서 신혼과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는 부부사이에 등돌릴수 밖에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딸이 엄마를 시샘하여 부부간에 손도못잡게 하고 “左부인右딸”사이에서 잠을자니 딸의 등살에 엄마는 쳐다보지도 못하게 합니다.
이러다 정말 등돌리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어쨋든 집안얘기는 이쯤에서 막을 내리고 제가 펜을 든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결혼하기전 저는 대한민국 육군 장교로서 사나이중의 사나이들의 요람인 
공수부대에서 검은베레모와 함께 젊음을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그시절 엄격한 군기와 젊은 패기는 그 어떤 훈련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고 힘든 훈련이 끝나면 그동안의 피로를 술한잔에 풀어버리곤 했습니다.
말이 술한잔이지 저녁부터 시작하면 밤을 꼬박새워 마시고 술집에서 부대로 출근하곤 했습니다. 1년에 절반이 훈련이다보니 반은 훈련으로 반은 술로 1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군생활을 하던중 어느날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같은부대 여군중사가 “김중위님! 소개팅한번 하시겠습니까?”라는 말에 지금 한 이불을 덮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여자를 만나 데이트를 하게 되었죠!
(방송이되면 부인이 들으니까요...) 그렇게 2년여 데이트를 하던중 결혼얘기가 
론되면서 지금의 처가집에 인사를 가게 되었지요.
상봉동에서 “현리”라고 붙은 버스에 몸을 싣고 출발을 했습니다.
버스는 계속해서 북으로 북으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민가가 없는 산속으로...
저도 같은 강원도(강릉)사람이지만 그때당시 저의 신분이 군인이고 장교이다보니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혹시 저여자가 간첩은 아닐까?”, “북으로 가는 버스는 아닌가?” 걱정도 했었습니다.
어쨌든 그러는 사이 버스는 목적지인 강원도 현리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잠시나마 괜한 생각을 했구나! 생각하며 정류장을 나서는데 
이 여자 하는말 “여기서 택시를 타고 30분만 더 가면됩니다.” Oh my god! 
갑자기 짧은 머리카락이 쭈삣 서버렸습니다. 미치겠더라구요...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곳은 점봉산 아래에 자리잡은 아주자그마한 마을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양념이었고 지금부터의 이야기가 제가 이편지를 쓰게된 본론입니다.

아침에 출발해서 처가집에 도착했을땐 저녁노을이 서산에 지고 있었습니다. 
동네가 시골이다보니 예비 사위감 온다고 동네 어르신들께서 모두 모여 저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지금의 장모님께서 동네 어르신 한분 한분에게 인사를 시키는데 이모, 고모, 이종사춘 등... 친척아닌분이 없었습니다. 큰절로 모든분에게 인사를 하고 일어서려는순간 동네 어르신께서 “이리와! 술한잔해야지!”
자세히 보니 우리가 도착하기전부터 약주를 하셔서 분위기가 어느정도 무르익어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술상옆을보니 소주병이 즐비하게 나뒹글고 있었는데
우리가 보통마시는 소주병이 아닌 됫병이 아닙니까?
부대에서 훈련없는 날이면 술을 애인같이 옆에두고 살아서 나름대로는 
“끝없는 주량”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장면을 본순간 기가죽어 버렸습니다.
그때 당시만해도 술을 마시면 공수부대의 기질이 주정으로 나타나곤했습니다.
저는 그순간 잔머리를 마구 돌렸습니다.
(그래서인가 지금은 머리카락이 모자랍니다.)
아예 술잔에 손을 대지말자!  처음부터 못먹는 쪽으로 밀어붙이자!
“어르신 저 술 못합니다.” 몇번을 사양하기를 드디어 백기를 들고 말았죠.
해서 저는 그날부터 정말로 술을 입에도 못대는 녀석으로 인식을 해버리고
결혼후에도 처가집에 가면 매번 술자리가 생기고 그때마다 저는 요즈음 말하는 “왕따!”가 되고 말았습니다.
술고파 미칠지경인데 술자리는 갈때마다 생기고, 처가집에 가는 것 자체가 고문이 되어버렸습니다. 
저희 처가집에선 안주로 개구리 뒷다리 1개면 소주 2홉은 거뜬하고 개구리 한 마리면 됫병 한병은 거뜬히 해치웁니다. 술을 마시다가 안주가 모자라면 그 즉석에서 바로 지렛대를 들고 개울로 나가서는 개구리랑 민물고기랑 잡아와서  안주를 해결하면서까지 술을 마십니다. 그럴때면 술보다는 안주에 눈길이 가는데 술을 한잔 먹어야 안주를 집어먹을텐데 술은 못마신다고 했으니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뒤 아이도 하나생기고 처가집이 내집같이 편할때쯤 마음을 먹고 고백을 했습니다. 그간에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숨김없이 이실직고 했죠. 
장모님 하시는 말씀 “이미 딸을 통해서 알고있었네! 자네 술좀 줄이라고 일부러 그랬지!” 그 소리에 저는 그간 처가집에서 못먹은 술이 눈물이되어 흘렀습니다.
그날부터 처가집과 술의세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는 처가집 동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술자리는 시작됩니다.
지금은 술자리에 가면 동네 어르신 모든 분들께서 한결같이 “저놈 장가잘가서 인간됐어!” 라고 합니다.(술 잘먹는다고...)
싱그러운 봄을 맞아 결혼을 준비하고 계신 예비 신랑 여러분!
그리고 아직 처가집이 내집같은 정이들지 않은 새 신랑 여러분!
처가집에서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맙시다. 그리고 술 못드시는 분들!
처가집에서 대접받으려면 술을 배웁시다.
추신: 손숙 김승현씨
한 남자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입니다. 별로 재미없더라도 반드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얼마전 아내가 이 방송에 편지를 써서 전기밥통을 탔습니다.
전 그것을 보고 “겨우 밥통이야!”라고 했다가 “당신은 밥통이라도 받아봤냐!”하면서 “당신도 보내봐! 밥통은 고사하고 주걱이라도 하나 타봐!”
만약 못타면 앞으로 남편을 밥통이라고 부른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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