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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의 건망증(MBC Radio 9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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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864회 작성일 2007-01-1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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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건망증

  MBC Radio 여성시대(1999. 5. 06)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십년째 치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전처음 방송국을 상대로 펜을 들게 된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얼마전 그날도 전날과 다름없이 냄새나는 충치에 구멍을 뚫고 있는데 낯선 건장한 청년이 커다란 BOX를 들고 불쑥 들어오는 겁니다.
순간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폭발물이라도....
그때 저희 간호원인 Miss 김이 뛰어가며 
“아! 예 아저씨 그거 이쪽 기공실에 놓아주세요.”라며 그 BOX를 반겼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낯선 BOX를 보고 폭발물을 떠올리는걸 보면 전 아마도 인생을 잘못살아서 뒤가 캥기는게 많은 인생인가 봅니다.
궁금한 마음에 서둘러 진료를 끝내고 “Miss 김 아까 그거뭐야?” 하고 물었습니다
“아- 네 그거요 제가 방송국에 편지를 보냈었는데 방송이 돼서 선물이 온거예요”
“방송이 된것도 영광인데 선물까지 준단 말이야! 좋은 방송국이네-
그 방송국 어디야?”
며칠후 기공실을 그득히 메우고 있던 그 BOX가 없어진 겁니다.
“Miss 김 그거 어쨌어?” 
“뭐요?”
“선물 말이야?”
“원장님 왜 그렇게 관심이 많으세요?”
“방송국에서 온 거니까 그렇지!  근데 그 속에 참 뭐가 들어있었어?”
“히~ 전기밥솥이요”
“그거 어쨌어?”
“시골 아버지가 다니시는 노인정에 갔다드렸어요!”
“아! 그랬구나...”
Miss 김 보다 이십년을 더 살고도 그런 생각을 못하다니 
기공실 자리세로 선물을 나누자고 할 참이었는데 ...
펜을 들게 된 동기가 너무 길었습니까?
치과의사가 치아 얘기를 하면 강의가 될것 같아서
오십대 남성의 건망증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애 둘쯤 낳은 사십대 여자의 건망증은 상상을 초월 하쟎습니까?
오른손에 주걱들고 왼손엔 밥그릇을 들고 주걱을 찾느라고 밥을 안주는가 하면 아파트 엘리베이터 열쇠구멍에 집 Key를 집어넣질 않나 전화 수화기를 냉장고나 장낭속에 집어넣는 일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렇게 정신없는 사람이 제 집사람 입니다.
건망증은 I.Q와 반비례한다면서 집사람을 구박하던 제가 그 보다 더 큰 망신을 당했습니다.
화장실엘 가려고 화장지를 뜯어서 까운 주머니에 넣고 원장실에 들어가서는 까운을 벗어놓고 화장실엘 간 겁니다.
시원하게 한참동안 일을 보고 끝 마무리를 하려는 찰라 
아뿔사!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도 화장지가 없는 겁니다. 
휴지통을 뒤져봐도 쓸만한게 없었습니다.
“어라! 이게 남의일이 아니네...”
우습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서 멍청히 앉아 궁리를 하는데 조용한 화장실에 난데없이 “ 날좀보소~ 날좀보소~ ” 핸드폰 울리는 소리가 계속 나는 겁니다.
“웬 녀석이 화장실에 오면서 그래 핸드폰을 가지고 온담... 
아무데서나 울려대는 저 핸드폰이 문제야 문제 얼른받기나 하지시끄러워 죽겠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시끄러운 핸드폰은 바로 제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이 아닙니까?
“아- 여보세요!”
“원장님! 어디계세요? 환자분들이 기다리세요. 말씀도 안하시고 어디가신거예요?”
그순간 나는 “아~ 살았다 목소리도 예쁘기도 하지” Miss 김 이었습니다.
“저~Miss 김 미안한데 말이야 화장지 가지고 화장실로 좀 와줘야겠어 지금빨리~” 
그 후로 전 소문이 무서워서 Miss 김 한테 잘해준답니다.
손숙 김승현씨
제 이름은 밝히지 말아주십시오.( Please- )
망신스럽기도 하지만 이글이 방송이 되면 냉장고를 선물로 받고 싶습니다.
날도 더워지는데 냉장고를 Miss 김 아버님이 계신 시골 노인정에 선물로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이만하면 폭발물을 두려워하는 인생은 탈출일까요?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분 건강하시고 모든 애청자 분들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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