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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보시절(MBC Radio 9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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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959회 작성일 2007-01-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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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보시절

  MBC Radio 싱글벙글쇼 세상사는이야기(1999. 6. 20)

“보험카드 주세요, 어디가 아프세요?” 라고 물으면서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무엇인가를 적는 치과 위생사 언니한테 “저~ 면접보러 왔는데요!”
“아~ 그래요” 그제서야 얼굴을 쳐다보면서 “저쪽으로 들어가요” 하면서 원장실을 가리킨다. 지도책을 펴놓고 계시던 원장님이 내 이력서를 펼쳐보시더니 
“강원도 인제 현리..... 여기네” 하면서 지도 한 귀퉁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글씨에 동그라미를 치면서 “내린천이 그렇게 맑아요?” “쏘가리랑 열목어도 산다면서요?” 이게 웬 상상못한 질문이란 말인가?
가재랑 뚝지밖에 모르는데 뜻밖의 질문에 “네, 네 아주 많아요. 경치도 좋구요.”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내린천에 가려면 어느길로 어떻게 가야 하느냐? 
몇시간 걸리느냐? 가면 민박은 할수있는거냐?
면접과는 상관없는 질문을 한참하시더니 “내일부터 출근해요” 하신다.
기분이 참 묘하긴 하지만 어쨌든 난 내린천이 고향인 탓에 일단 합격을 했어요.
7월 무더위속에 학비라도 좀 벌어볼 양으로 아르바이트를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서 그후 난 진로를 바꿨고 지금도 10년째 그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려요.
출근 이틀째 날의 일이였어요. 위생사 언니가 스켈링을 하는 동안 난 원장님 옆에서 어시스트를 했어요. 금니를 하는 환자였는데 금니를 끼우기전에 일단 치아에 맞춰보는 중이였는데 “빼다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있으니까 잘 잡아” 하시는 거예요.
“네~” 대답을 하고는 금니만 뚫어져라 보고있었어요.
원장님이 금니를 탁탁 치는데 갑자기 환자가 캑캑거리는 거예요.
난 순간 그 금니를 잡으려고 손가락을 환자 입안에 얼른 집어 넣었어요.
환자는 비명을 지르면서 벌뗙 일어나더니 타구통(침뱉는통)에 침을 막뱉는거예요.
이일을 어쩌나. 아침에 타구통 물받이를 빼서 씻고는 안집어넣었는데~
“저~ 잠깐만요” 채 말이 끝나기도전에 금니가 배수구 속으로 쏙 들어가는 거예요
“원장님! 어떻게 해요. 치아가 기계속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죄송합니다.”
“할수없지뭐 내일 기사불러서 기계뜯어보면 돼. 환자입에 손을 넣어서 잡으라는게 아니고 썩션팀(침빨아내는거)으로 목구멍을 막고 있으라는 소리였지. 다음부턴 조심해” 그런얘기라면 진작좀해주지.
어제 출근한 내가 그걸 알면 왜 조수하겠쑤, 의사하지.
어쨌든 내 잘못으로 금니를 잃어버렸으니 어려서부터 책임감은 강했던터라 어떻게든 내 힘으로 금니를 찾아보려고 원장님과 언니가 퇴근한 후 혼자남아서 기계를 두드려도 보고 뚜껑을 열어도보고 배수구호스를 빼보기도하고 나사를 풀었다, 조였다 부시맨이 냉장고속을 뒤지듯이 그렇게 아무리 진땀을 빼면서 살펴보아도 금니가 어느 구석에 들어가 박힌건지 도저히 알수가 없었어요.
포기를 하고 늦은 저녁 퇴근을 하는데 서울의 밤거리는 반짝이는 수많은 불빛만큼이나 왜그리도 외롭기만 하던지요.
다음날 일찍출근을 하는데 계단에 물이가득 흘러내리는 거예요.
“누가 아침부터 계단청소를 하고 난리야. 신발 다 졌겠네.”
꿍시렁 거리면서 올라갔는데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야.
우리치과에서 물이 흘러나오고 있는게 아닌가.
문을열고 들어갔더니 발목이 잠기도록 바닦이 온통 물바다 였어요.
“도대체 이 많은 물이 어디서 나왔지? 수도가 터진모양이네”
터진 수도관을 찾느라고 바닦을 뒤지고 있는데 늦게 출근한 언니가 타구통옆에 나사를 조이면서 “넌 이제 죽었다.” 하지 않겠어요.
타구통 옆에 나사를 풀어놓고는 조이지를 않은 모양이예요.
어제도 분명 물이 나왔을텐데 금니에 정신이 팔려서 물이 흐르는것도 모르고 퇴근을 한거예요.
변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는 주제에 기계엔 왜 손을 대가지고 수도가 터진게 아니고 치과를 물바다로 만들어 놓은게 나라니 정말 눈앞이 캄캄했어요.
눈이 똥그래진 원장님이 “Miss김 내방으로 따라들어와” 하시면서 원장실문을 꽝하고 닫는거예요. 
“들어오라면서 문은 왜 닫아!” 아무리 진정을 하려고 해도 자꾸만 떨리는 거예요. 떨면서 원장실엘 들어갔는데 “Miss김 집이 내린천이랬지? 
“그래 이해해 뭘좀 알때까지 한달동안은 기계에 손대지 말고 바닦청소만 열심히해” 차라리 욕을하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였어요.
난 그때 결심했어요.
서울남자아니면 절대 결혼 안하기로~
서울남자만나서 서울사람돼야지.
온통 뽀족한 기구들로 가득했던 낯선 치과에서 난 초보시절의 쓴맛을 그렇게 맛보았어요.
금니의 행방이 궁금하시죠?
배수구 바닦망에 걸린걸 찾아서 그 환자한테 끼워줬어요.
물론 깨끗이 닦아서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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