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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쫀한 고릴라 내신랑(MBC Radio 9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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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892회 작성일 2007-01-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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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쫀한 고릴라 내신랑

  MBC Radio 여성시대(1999. 12. 20)

안녕하세요!
두분 이런말 들어보셨어요?
여자나이 스물여덟이면 40먹은 홀아비보다도 더 시집이 가고싶단말 말이예요.
스물여덟이 되기전에 어떻게 해 보려고 무진애를 썼는데도 불구하고 전 드디어 쏠로로 스물여덟을 맞이하고 말았어요.
봄,가을에는 거의 주말마다있던 친구들의 결혼식도 뜸해지고 배가불러서 힘이드네, 애를 낳았네, 백일잔치를 하네 하면서 모임에도 안나오고 알콩달콩사는 친구들을 보니까 정말 시집이 가고싶어 환장하겠더라구요.
사십먹은 홀아비 마음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보다 더할까 싶구요.
그래서 나 좋다는 남자는 무조건 생글생글 웃으면서 대했어요.
다리가 짧던지, 눈이 찢어져 올라갔던지, 납작코던지 일단 오기만해라
열남자 마다 않는다. 
드디어 한 남자가 내 그물망에 걸려들었어요.
일잘하고 똑똑하고 인간성 좋고 다 좋은데 다리가 좀 짧았어요.
그런데 그남자 체구와는 달리 터프하고 매사에 밀어붙이는 아주 남자다운 사람이였어요. 그럭저럭 쓸만하나 싶어서 주말오후에 그 사람을 데리고 집엘 갔어요.
일단한번 주위사람들의 평을 들어보고 싶어서요.
사람이 좀 짧아서 그렇지 “야무지고 남자답다야~” 라고 말씀하시는 엄마와는 달리 오빠는 “한마디로 아니야” 라고 말하더군요.
서른네살의 노총각인 오빠는~
“야! 너 남자보는 눈이 그것밖에 안되니. 대한민국 남자들이 다 얼어죽었다니.
어디 세상에 남자가 없어서 그래~ 키가 차 문짝만하니. 차 옆에서니까 아주 보이질 않더라. 차 높이하고 그놈 키하고 똑같애 똑같애. 그리고, 남자놈이 아무거나 주는데로 먹지 프림하고 설탕은 넣지마세요 그게뭐야 쪼잔하게~” 둘째가라면 서러워할만큼 터프한 오빠는 설탕하고 프림 때문에 그 놈은 아니라고 입에 거품을 내며 반대했어요.
“자기 추월할까봐 겁나는가 보지!” 난 오빠의 반대가 그렇게밖에 보이질않았어요.
노총각의 히스테리는 노처녀와는 비교도 안돼요.
노총각인 아들 눈치보느라고 동네처녀 흉도 맘대로 못보는 엄마는, 그날도 야무지고 괜챦다더니 “근데 다리가 좀 짧다야 그치~  속도 좁은 것 같애. 음식도 가려서 먹잖니” 하시면서 반대를 하셨어요.
프림커피 안마시는게 무슨 음식을 가려먹는 거라고~
시집은 빨리 가고싶지만 난쟁이 반바지만 하다는 오빠말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전 또 소개팅을 나갔죠.
그런데 이번엔 거인바지. 아니 덩치가 하마만한 사람이 나온거예요.
키도크고 어깨도 넓고 차도크고 모든 것이 대형이라 일단 호기심이 생기데요.
나이는 서른넷 오빠랑 동갑이였는데 오빠를 보자마자 형님! 형님! 하면서 무슨 조직에 보스대하듯 오빠한테 깍듯했어요.과일을 사도 짝으로 사고, 술을 사도 짝으로 사고, 과자를 사면 BOX째 사고...
먹어서 싫다는 사람 없다고 엄마는 그 사람의 뇌물공세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뭘 올때마다 많이사오니 그냥와도 되는데...” 하시면
“제 사전에 봉다리란 낱말은 없습니다 어머님 말씀만 하세요. 뭐든 해드리겠습니다.” 하면서 아양을 떨었어요. 옛말이 틀린거 하나없다고~
“덩치 큰사람치고 속좁은 사람 없다고 하더니만 덩치값을 하는구나 사내답게 손도크고 시원시원하고~”하면서 엄마는 흡족해 하셨고, 오빠는 아무거나 잘 먹고 터프한게 자기와 비슷하다고 하면서 마음에 들어했어요.
비싼옷도 잘 사주고 먹을것도 많이 사주는 그 남자와 전 그해 가을에 결혼을 했어요. 스물여덟을 안 넘기려고요.
그런데 그 남자 알고보니 순 짠돌이지 뭐예요.
어쩜 결혼을 하자마자 180도로 돌변하는 거예요. 내사전에 봉다리란 없다구요.
짝이란 없었어요. 술 한병 과자 몇봉지 사과몇개 그렇게해서 꺼먼 봉다리 하나만 달랑들고 처가집엘 갔어요. 
뭐 그럴수도 있다쳐요.
옷좀사달라고 하면 눈이 똥그레가지고는 “결혼전에 사준 옷도 입지만 않았으면 갔다 물르고 싶은데 워 옷이라고... 내 앞에서 옷 얘기 다신 꺼내지도 마” 하는거예요. “당신 그땐 그돈 이까워서 어떻게 살았어 이 짠돌이야. 얼마나 배가아팠을까?” “그럼 나이 서른넷에 장가가려면 별수있냐 빚이라도 얻어서 펑펑쓰는 수밖에~ 여자들은 그래야 좋아하는걸 뭐”
“덩치값은 못하면서 나이값은 하는구만 이 능구렁이야”
사과도 사면 꼭 하나를 사와서는 알맹이는 나주고 자기는 껍데기에 붙은 살을 갉아먹어요 덩치는 하마만 해가지고~
사과껍데기 갉아먹는 하마. 혹시 보신적 있으세요.
바나나 알맹이는 엄마드리고 껍데기 갉아먹는 모습은 영낙없는 고릴라예요.
그래도 알맹이 얻어먹는 맛에 그럭저럭 살아요.
노래라도 실컷하고 좀 풀고살게 노래방기기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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