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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은 잠순이(MBC Radio 0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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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834회 작성일 2007-01-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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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은 잠순이

  MBC Radio 싱글벙글쇼 신혼일기(2000. 04. 08)

6시 퇴근시간이 가까와지면 전 수화기를 들었다 놨다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야! 오늘 많이먹지말고 딱 일잔만 하자. 
애 때문에 안된다, 마누라 때문에 안된다, 다들 꽉 잡혀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일찍들어가서 충성해야 한다는 군요.
깨알같이 많은 시간들을 혼자하기가 외로워서 오늘은 또 누굴불러내서 술타령으로 시간을 보낼까 하면서 비참한 노총각시절을 보내던 어느날, 경리부 미스 김이 “저~ 대리님! 애인있으세요?”
“없어요 없어. 당연히 없지!”
이 나이에 애인없는게 뭐 자랑이라고 눈이 동그래져서 없다고 강조를 했습니다.
“그럼 주말에 제 친구 소개시켜드릴까요?” “뭐! 소개...” 말만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주말까지 언제기다려. 쇠뿔은 단김에 빼랬다구 오늘어때? 퇴근후에 만나지뭐!
빨리 전화해봐요 그 친구한테...
서른넘은 이후로는 누가 소개시켜주는 사람도 없고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고 내 이나이를 먹도록 변변한 연애한번 못해봤건만 이제야 고목나무에 꽃이피려나보다
유유상종이라는데 미스김처럼 눈이 쫙 찢어져 올라갔으면 어떻하지.
믿져야 본전이지. 내 이나이에 더운밥 찬밥 가릴처지냐 어디.
그날저녁 7시 약속장소엘 나갔습니다. 미스김 하고 틀리게 생겼겠지! 기대를 하면서 말입니다. 미스김과는 반대로 눈꺼풀이 아래로 축쳐져서 순진해보이는 얼굴에 목이 하얗고 가늘어서 예쁘지는 않지만 보호본능을 일으키게하는 갸날픈 코스모스 같은 여자였습니다.
며칠후 우린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한참 영화를 보고 있는데 고개를 까딱까딱 하면서 졸고 있는데 보니까 가느다란 목이 꼭 부러질것같이 애처러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끄덕이는 머리에 제 어깨를 갖다 댔습니다.
향긋한 샴푸냄새에 가슴은 두망이질을 했고 그때부터영화고뭐고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가슴이 벌렁거려서 숨도크게 못쉬다가 극장을 나왔고 그때부터 전 뇌물공세를 폈습니다.
선물 싫다는 사람 없다고 고개를 까딱까딱 하면서 잘도 따라다니데요.
산이면 산, 공원이면 공원 잠시도 틈을 안주고 데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내친김에 멀리 함께가야 더 친해질 것 같아서 일부러 기차를 타고 동해에 해돋이보러가자고 했지요.
한시간쯤 갔을까 갸날픈 목이 또 구부려지더니 까딱까딱 졸기시작하는 겁니다.
늙은 총각의 가슴은 또 벌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른 어깨를 갖다대고 이번에는 아예 끌어안다시피 했습니다.
가끔씩 깜짝깜짝 놀라면서 잠을깨곤 했지만 내품안에서 쌔근쌔근 자는 그녀가 너무예뻐서 가끔씩 팔에 힘을주곤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 연애를 하다가 해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늘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뜻이야 어떻든 노래가시를 빌어서 폼나게 프로포즈를 했더니 그러죠뭐 하더군요.
그때까지만해도 그녀가 그렇게 지독한 잠순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한채 지긋지긋한 노총각 딱지를 뗀다는 사실에만 자랑스러워 했는데 그게 제 인생의 불행의 시작이였습니다. 신혼여행내내 잠만 자는 겁니다.
여행중 차안에서는 어깨에 기대서 자고 사진 찍을때만 잠깐 눈뜨고 호텔에 들어와서도 등만 땅에대면 자는겁니다. 그때부터 슬슬 이게아닌데~ 싶어 지더군요.
“몸에 무슨 병있는거 아냐?”
“병은무슨 잠자는것도 병이예요. 나 원래부터 잘잤어요. 잠이 좀 많다구요.”
“좀 많은정도가 아닌데 뭘!”
지금 생각하니까 연애할때도 조는모습아니면 자는 모습만 봤어.
웃고 떠들고 즐거웠던 기억은 없다구. 그러구보니까 진짜없네, 이거 장난이 아닌데... “언제는 뭐 자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더니” 그렇게 신혼여행지에서 다툰 이후로 아내는 조심하는 눈치였습니다.
꾸벅꾸벅 졸다가도, “아예 이불펴고 자라 자!” 하면 얼른 일어나서 과일도 내오고 자기 커피줄까? 하면서 애교도 떨고 했습니다.
그래도 타고난 잠순이가 어디 가겠습니까?
드디어 일을 내고야 말았습니다.
띵똥, 띵똥, 띵띵똥
아무리 초인종을 울려대도 문을 열러주질 않는겁니다.
도대체 무슨일이지! 이 시간에 어딜갔을 리도 없는데...
새댁이 혼자 있는 걸 알고 강도가 든건아닐까? 패물도 많쟎아
우리가 신혼부부란걸 잘 아는 놈일꺼야.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리고 아무생각도 안났습니다. 문을열고 들어갔는데 칙~칙~칙~칙~ 이상한 냄새와 함께 칙칙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나고 사람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자기야! 자기 어딨어?
일단 칙칙거리면서 타고 있는 압력밥솥을 물속에 집어넣고는 미친 듯이 자기야를 부르면서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강도가 들어왔다가 나 오는 소리에 놀라 창문으로 끌고 나갔나보다 싶어서 창문쪽을 살피면서 미선아~ 미선아~ 부르는데 “자기야 왜 그래요? 나 여깄어요.” 하면서 침대밑에서 거어나오는 겁니다.
“왜 침대 밑에서 나와? 도둑 들었었어!”
“도둑은 무슨, 자기 놀래킬려구 침대밑에 들어갔었는데 깜빡 졸았나봐! 언제 들어왔어요?”
“깜빡졸기는 뭐 아예 잤구만 밥솥이 이렇게 새까맣게 타도록 자놓고 그렇게 칙칙대는데도 잠이오냐 병이야 병. 이만하면 나 충분히 놀랬으니까 다음부턴 그런 장난 하지마 한 번만 더 이런짓하면 가만안둔다. 장난 두번만 했다간 일내겠다” 
아주 엄포를 놓고나니 또 불쌍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날 저녁은 나가서 먹었습니다.

며칠후 일요일아침.
12시가 넘어도 일어나질 않는 겁니다.
못말리는 잠탱이라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서 미숫가루 한컵타주는 것도 힘겨워 하길래 그래 일요일에나 늦잠 좀 자라 싶어서 놔뒀더니 도대체 스스로는 일어날줄 모르는 여자였습니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한 번해보자, 오늘은 내 기필코 니 잠뿌리를 뽑고 말 것이야. 
내버려 두었더니 오후 2시가 넘어도 일어나질 않는겁니다.
내가졌다 졌어 3시에 깨웠습니다. 제발일어나라 허리도 안 아프냐, 배가 고파서 더 이상은 못참겠다. 이 잠탱아~ 
“응 알았어요. 자기야 미안해” 하면서도 눈을 안떠요.
“알어나아~” 하면서 배에다 손을 넣었더니 “아이고 배야 아야 배아프단 말이야” 하면서 냅다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화장실 가고싶은거 계속참고 잤는데 손을대면 어떻게 해. 배아프쟎아요. 저리비켜요. 나 화장실 가게.”
저렇게 영악한 구석도 있었나. 화장실을 다녀온 이후에도 계속배가 아프다는 겁니다. 배 살짝만진 죄 밖에 없는데 왜 자꾸만 배가 아프다는 거지.
병원엘 갔더니 너무 참아서 방광염에 걸렸다는군요.
“미련한 여자 같으니라구. 참을 걸 참아야지. 잠을 좀 그렇게 참아보시지.”
심한거 아니니까 하루 약 먹고 푹쉬면 괜챦을겁니다 했는데 하루가 지났는데도 계속 배가 아프다고해서 며칠후 또 병원엘 갔더니 방광엔 이상이 없으니 산부인과 쪽엘 가보라고 하더랍니다. 자궁에 혹이 있으면 배가 아플수도 있다구요...
화장실 가는걸 참고 병나서 병원돌아 다니는 여자. 내 머리털나고 처음본다.
아주 연구대상이야. 계속 구박을 하면서 산부인과엘 데리고 갔는데 의사선생님 말씀이 혹 이 아니고 아이랍니다.
임신을 하면 착상이 되는 동안 배가 아플수도 있다는 겁니다.
“잘먹고 푹쉬고 푹자면 됩니다.” 하시더군요.
거봐! 푹 자라쟎아요. 이제 나 절대로 깨우면 안돼요. 4시까지 자야지~
푹 자라는 말에 기세등등해서 배를 내밀고 만삭된 여자 흉내를 내고 들어오더니 침대에 드러눕는겁니다. 아이구 좋다, 정말좋다.
그래 자라자! 내일부턴 미숫가루 안 타줘도 좋다. 하루종일 자던지 주무시던지 아무려면 어떠랴 꺽어진 칠십에 애 아빠가 된다는데~
강석이 형님! 
저사람 혹시 자다가 애 낳는 것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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