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얼마전 잠복근무를 하다가 싱글벙글쇼를 듣게되었는데 문득 십년전 백수시절에 라듸오를 머리맡에놓고 신문에 난 구인광고란은 죄다 가위질을 하면서 보낼 때, 유일한 내 벗이였던 프로였기에 그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마치 강석,김혜영씨를 만난것같은 반가운마음에 펜을 들었습니다. 전경생활 3년만에 신물이나서 경찰관은 안되겠다는 굳은의지로 책 외판원에서부터 정육점에 돼지고기나르는 일까지 안해본일없이 아마 제비하고 도둑질빼고는 다 해봤을겁니다. 이러다가는 장가도 못가겠다 싶어서 나이 서른에 이파리 두 개를 달고 시골부모님을 뵈러갔습니다. “야~! 내 니 날때부터 알아봤대이, 크게될줄알았대이.” 일제시대 순사나리를 생각하시는 부모님께 저는 장원급제하여 말타고 금위환향한 아들이였습니다. 이파리두개를 별두개쯤으로 생각하시는 부모님의 과분한 대접에 민망하기까지 하면서도 막걸리가 꿀꺽꿀꺽 잘도 넘어가대요. 내 결코 장한아들 멋진 경찰관이되리라 맹세하고 상경한 다음날 저녁 방망이를 옆구리에차고 민심을 살피러 순찰을 나갔는데 술에 잔뜩취해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는 아저씨가 담벼락을 잡고 으슬으슬 떨고 있더군요. “아저씨, 지금 뭐하시는겁니까? 노상방뇨하시면 어떻게 되는줄 아십니까!“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시원하게되지, 넌 한 번도 안해봤냐 짜식!“ 이미 바닥이 흥건한걸 주워담으랄수도 없고 “빨리 바지 올리고 성함이랑 주소 대십시오.” “주소? 나 그런거 몰라 집도 절도없는 놈이야, 백수라고, 하얀손, 하얀손몰라 나 바지나 좀 올려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노상방뇨한것도 모자라서 바지까지 올려달라고하니 어이가 없더군요. “당신!, 말로는 안되겠으니 일단 파출소로 갑시다.” “바지를 올려줘야 가지, 당신 우리가 낸 세금으로 먹고사는 민중의 지팡이 아냐, 그럼 이정도는 해줘야 하는거 아냐” 삿대질까지 하면서 뭐뀐놈이 성낸다고, 하도 소리를 지르길래, 제복입은사람이 기선제압을 해야겠다 싶어서 “이봐요, 아저씨 말로는 안되겠군요, 백차를 부르겠습니다.”하면서 무전기를 빼들고는 아~아~ 하나둘 하나둘 여기는 MBC라듸오 순경 김봉선 하면서 신호를 보내는척 했더니 저보다 한수위인 아저씨가 바닥에 벌렁드러눕더니 “아~ 동네사람들 여기좀 보소, 경찰이 사람치네”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하는수 없이 바지올리고 허리띠 채우면서 “아이구 내팔자야” 팔자타령을 했습니다. 고향에계신 부모님이 내가 이러고 다니는걸 아시면 아마도 골싸매고 드러누우실 겁니다. “순사온다 울면 순사가 잡아가”하면 우는애도 뚝 그치고 사방을 두리번 거리던 시절을 생각하시는 우리 부모님께서는 아마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내 아들이 서울가서 대접받고 잘 사는줄 아시는데 말입니다. 가출한 강아지 주인찾아주고 도둑맞았다는 부잣집 담벼락밑에서 우유랑 빵 먹으면서 며칠씩 잠복근무하고 부부싸움하고 눈이 시퍼렇게 된 아줌마 편들면서 아저씨 윽박지르다가 되려 아줌마한테 니가 뭔데 남의 신랑한테 큰소리치냐고 혼나고 그러면서 민중의 지팡이로 산지 10년, 세상풍파 다 겪고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 강심장이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전 신출귀몰하다는 신창원의 현상금이 5천만원까지 치솟고 벽보가 전봇대마다 나 붙었을때의 일입니다. 날고긴다는 그 신가놈 때문에 경찰관들이 모두 아차하면 목이잘릴까, 여차하면 승진을할까 바짝 긴장을 하고 있을 때 강력게 형사반에 근무를 하던 저는 언제나 권총을 차고 순찰을 나갔습니다. 강력계 형사들은 보통 사복차림을하고 자가용을 끌고 빨간등만 하나더 차 뚜껑에 매달고 순찰을 돌곤합니다. 어두운밤이라 서늘해서 창문을 올리고 주위동태를 살피면서 서서히 움직이는데 웬 녀석이 눈이 동그래서는 다급하게 창문을 마구 두드리는 겁니다. 아, 뭔일이 났구나 싶어서 얼른 창문을 내렸지요. “저~ 저 형사님 맞으시지유” “무슨일이십니까?” “혀혀형사님 저기저기 똑같애 똑같애”하면서 전봇대에 붙은 신창원의 수배전단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겁니다. 순간 다급해진 저는 “뭐야! 어디 신창원이가 어디있단말이야?” “우우우회전해서 어어언덕으로 쭉 올라가면 거거 거기에 아주 똑같애 똑같애”하면서 침을 튀겨가며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멍해지고 가슴이 떨려서 어디라고 설명을 하는건지 도대체 알아들을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야 야 안되겠다 일단 타, 너 여기타고 나랑 같이가자” 녀석 말대로 우회전을 하고 언덕을 올라가는동안 권총에 실탄 장전을하고 서에 무전연락을 하는데 얼마나 떨리는지 몇번이나 녀석보다도 더 버벅거리면서 임무를 겨우 마치고, 운전대를 잡은손은 사정없이 떨리는데도 머리속은 빠른속도로 회전을 하더군요. 그럼 5천만원으로 뭘하지 전세금에 보태서 집을살까, 차를바꿀까 아니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조립식집이라도 지어드릴까, 아니지 5천만원은 내께아니고 신고자꺼지. 그럼 난 일계급 특진이네, 그럼뭐야! 파출소 소장, 내 평생 소원이 이파리말고 무궁화 꽃달고 폼나게 파출소소장 한 번 해보는건데 드디어 나이 40에 꿈을 이루게 되다니... 이건 신이 내게주신 기회야. 액설레이트를 힘껏밟아 언덕을 올라갔는데 웬 공원이 나오더군요. 이밤에 신창원이가 공원에서 뭘하고 있다는거지. “야 어디 어디서 신창원이를 봤다는거야?” 녀석이 가리키는 손가락 방향대로 차를몰아 공원을 돌았지요. “여기요 여기” 그래? 브레이크를 밟는순간 권총이든 뒷주머니를 확인하면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내리는걸 느끼면서 이건 실제상황이다 영화속의 한 장면이 아니야.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차리면 된다고 했지. 두망이질 치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차에서 오른발을 내딛는순간 조수석에 앉아있던 녀석이 “여여여기요”하면서 공중전화 박스쪽으로 뛰어가는겁니다. “조심해 멈춰”하면서 총을 겨누고 다가갔지요. 숨막히는 순간이였습니다. 그런데 녀석이 가리킨 것은 공중전화 박스에 붙은 신창원의 현상수배 전단지였습니다. 녀석은 뭐그리 뿌듯한지 연신 실실웃으면서 또똑같애? 아까 그 전봇대에 그놈이랑, 이놈이랑 또똑같애 그지유? “니 나 놀리나?” “마 맞쟎아유 또 똑같잖아유” 그때서야 보이더군요, 그 녀석이 왜 그렇게 버벅거렸는지, 다급해서 버벅거린게 아니라 약간 모자란 아이라는걸 말입니다. 오! 마이갓. 내평생 그렇게 허탈해 보기는 처음이였습니다. 좀더 신중하고 부끄럽지 않은 민중의지팡이로서 언제까지나 열심히 살으렵니다. 대한민국 국민여러분! 모두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